전기컨벡터에 대한 솔직한 사용기
전기컨벡터를 구매하게 된 계기
한달 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대비를 하고자 난방기구를 집에 하나 더 들여 가스난방비를 줄여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몇 번의 한파가 있는 달은 20만원이 우습다고 나와버리는 고지서가 부담되었고 그렇다고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 버틸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여러 보조난방기구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에 신중하게 선택하려 했다.
보조난방기구라고 하면 보통 전기 스토브나 히터 종류가 떠올랐다. 그 뒤로 이들은 공기가 건조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따라 오고… 그 와중에 소셜커머스를 통해 컨벡터라는 녀석을 보게 됐다. 컨벡터라는 말이 나에게는 좀 생소했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다.
공기를 태우지 않고 소음이 없고 냄새도 없고 부피도 적고…
내가 찾는 물건이구나 싶었다. 라디에이터라고 보면 이해가 쉬웠다. 뜨거운 바람이 아니고 흐르는 공기를 데워서 한정된 공간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한 공기로 바꿔주는 방식이었다. 찬 공기는 아래로 뜨거운 공기는 위로 이동한다는 대류의 특성을 이용한 것인데 때문에 설치 높이도 바닥으로부터 약10cm정도로 낮았다.
일단 어떤 녀석인지 알았으니 구매하기로 했다. 거실에 쓸 것이니 제일 큰 걸로..
전기컨벡터의 놀라운 성능
집에 컨벡터가 도착했고 벽에 설치를 했다. 길이는 길었지만 속이 비어있는 것 같은 가벼움이 느껴져 설치가 어렵진 않았다. 설치를 완료하고 이제 사용해보기로 했다. 전원을 켜고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슬슬 올라왔다. 하지만 이게 거실 전체를 데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30분이 지난 후, 실내가 따뜻해지고 있었다. 찜통 같지 않은 은은한 온기(?)가 거실 대부분에 퍼졌다. 첫 사용 소감은 신기했고 보일러 따위는 필요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닥은 차지만 실내용 슬리퍼를 신으면 문제될게 없었다.
그 후로 아침 저녁으로 컨벡터를 사용했고 훈훈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전 직원이 집에 찾아왔다.
“계량기가 너무 빨리 돌아서 점검 차 들렸습니다. 혹시 보조 난방기 사용하시나요?”
대답은 Yes 였다. 그러자 한전 직원 분이 말을 이었다.
“힘드시겠어요. 아이도 키우는데 전기요금이 10배가 넘게 나오셨어요.”
충격적이었다. 예년 전기사용료는 4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2만원도 나오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이는 투철한 와이프의 전기절약 정신 덕분이었는데 그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연말정산 보너스는 옷 깃을 스치며
사실 컨벡터는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써보고 나오는 요금보고 조절하자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한번 써보고”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란 것은 둘 다 인지하지 못했다.
정확히 “연말정산 보너스 +17 만원 축하드립니다.” 통지를 받고 난 다음 날 “전기료 -38만원 명복을 빕니다.” 통지를 받았다. 받은 만큼에 두 배를 토해내라는 기분은 씻을 수가 없었다. 가스비 20만원 아끼자고 전기료 40만원을… 후덜덜이다. 그래도 연말정산 환급이 그나마 방어를 해준 기분이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사건 이후, 우리 와이프가 달라졌어요.
그 뒤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잠깐 틀어볼까 하고 컨벡터 스위치를 올려보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와이프가 전기 코드 조차 뽑아버린 것이었다. 그리곤 와이프는 강령을 하사하셨다.
“아기가 추워할 때 빼곤 틀지마”
이 한마디는 “이 물건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세지와 같다. 내가 전기를 자가 발전하지 않는 이상 컨벡터의 불빛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수입 난방기구 타이틀의 속내
전기 폭탄을 맞은 뒤로 정신을 차려보니 전기 난방기는 여름철 에어컨보다 더 무서운 “퍼시 잭슨과 전기(번개)도둑”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와 같은 전기 폭탄을 맞은 다른 사례를 들어보니 그 집도 한전 직원분이 놀라서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기 누진세가 사라지지 않는 한은 가정에서 이런 거 쓰시면 큰일나세요.”
누진세가 문제였다. 이런 무서운 누진세.. 전기컨벡터는 유럽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난방기구라고 소개된다. 잘 생각해보면 그게 좋아서 많이 사용 하는게 아니란 걸 알았다.
“서양은 온돌이 없다.”
이 한마디로 모든 설명은 끝났다고 본다. 난방에 의지할 기구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중에 흔히 쓰는게 전기컨벡터였다. 이 녀석은 소비전력이 만만치 않다. 내가 산 컨벡터는 소비 전력이 2500W.. PC 한대가 500W라고 생각하면 PC 5대를 풀로드 상태로 돌려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급 결론을 내자면…
그냥 집 단열 좀 더 신경 쓰고 가스비에 연연하지 말고 보일러 틀고 현자처럼 살아야겠다. 컨벡터는 영하의 기온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 사용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