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이 보여준 국내 부동산의 현주소
7/29(월) 오늘 온라인상에 아파트 청약이 올라오면서 주변에서는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었다. 엄청난 대기열과 대기 시간.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청약 신청을 완료한 사람들의 소식, 시스템 다운되었다는 소식. 이 모든 현상과 상황을 인터넷에 대서특필하는 기사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머릿 속에선 여러가지 생각에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오늘 이 모습은 우리나라가 아파트 불패라는 별명이 생긴 가장 큰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라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 한 것이다.
오늘 이 청약에 300만명 가까이 참여를 했다고 한다. 허수를 제거하더라도 100만명 단위의 숫자는 마냥 일부라고 차치할 수 없는 규모다. 여기서 두 가지 문장을 떠올려봤다.
1. 수억대 아파트에 거침없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2. 경쟁률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몰리는 이유가 뭘까?
첫 번째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이 아파트 청약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있다. 다들 하나 같이 로또라고 한다. 당첨만 되면 10억이라고 한다. 관점이 투자인 것이다.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당첨이 되었고 난 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기조가 흔들릴 수 있는 금액이다. 난 여기서 한번 한숨이 나왔다. 이유는 앞으로도 이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 이라는 슬로건은 현실적으로 보면 동화같은 이야기. 현실은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에 가깝다. 적어도 아파트에 한해서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정제되지 않은 부동산의 가치 평가 기준을 획일화 시켰고 이는 투자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균일한 평형, 브랜드, 단지 규모, 인프라 접근성과 같은 기준부터해서 실거래가라는 명확한 수치까지 존재하기에 아파트 부동산 담보 가치의 평가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단순하고 명료했다. 아파트 담보 대출을 높은 LTV비율로도 어렵지 않게 해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데이터는 더 고밀화되고 전문화 될 것이고 가치 평가는 더 정확해 질 것이다. 그러므로 상품화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할 수록 도시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그럴 수록 사람이 모이는 곳에 더 모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서열화를 하고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구성 할 것이다.
두번째 사람들은 치열함을 이미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줄을 서고 기다리고 경쟁을 앞다퉈 한다. 우리는 경쟁을 싫어하고 경쟁에 지쳐있다. 하지만 또다른 경쟁의 숲으로 뛰어든다. 왜지? 살아오면서 익숙하게 해오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옆집 엄마 친구 경쟁, 입시경쟁, 취업경쟁.. 공평하다 생각하는 기준에서의 경쟁은 결과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고 나의 부족함으로 마무리 된다. 따라서 그런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거부감이 크지 않다. 내 옆사람도 하고 주변에서도 하고 다 하니까 이 파도에 뛰어들었을때 적어도 손해를 봐도 나만 보진 않는다는 안도감이 불편하지만 깔려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걸 먼발치에서 보면 내 시선에서는 이렇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1, 2차로 하이패스에 수많은 차들이 엉켜 경적을 울리며 혼비백산의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옆 3 ~ 8차선은 하이패스가 아니지만 차로가 텅텅
비어있고 그 길을 지나는 몇몇 차들은 엉켜있는 하이패스 차로를 보고 있자니 의하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집중 과열되어 소모적인 모습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이 좋지 않았던 지점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청약에 모여있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그 밖에 더 큰 가치를 주는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투자 경험이나 수단이 빈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로 답을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내용들을 잘 종합해서 보면 왜 우리나라가 코인 투자에 이렇게 열광적이었는지? 왜 국내 주식투자는
외면당하고 해외 주식에 발길을 돌리는지?의 원인도 짐작해볼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