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객들은 한국에 오면 어떤 것을 즐길까
해외 여행객들이 한국을 여행오면 어떤 동선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궁금했다. 예측이나 통계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부모님의 펜션을 운영하고자 하는 환상을 깨고 현실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에어**비 운영을 권했고 나와 부모님은 각각 영종도와 서울역 인근 두 지역에 에어**비를 운영하고 있다. 경험을 위해 소소하게 해보는 것 이기에 물론 큰 수입은 안된다. (마이너스만 안나면 다행) 아무튼 근 1년간 운영을 해보고 느낀점을 정리해본다.
그 들은 영종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부분은 희망사항에 가까웠을것 같다. 당장 내가 해외를 가더라도 공항 근처 도시에 머무르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른 시간 혹은 늦은 시간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경유지로 이용하는 여행객이 일부 있었다. 그 동안 영종도를 오가면서 느낀 점은 인천광역시에서 관광 지구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아주 느리다는 점이다. 부동산 활황기와 불황기 그리고 COVID-19 여파로 동력을 잃어버린듯 하다. 곳곳에는 건물이 골조만 올라간 상태에서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린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이슈들은 개발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 해결해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듯 싶다.
말이 조금 샜는데 결론은 영종도는 아직까지 볼만한 혹은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밥먹을땐 영종하늘도시 상가나 구읍뱃터를 주로 방문했고 이곳에는 사람이 꽤나 북적거렸으나 관광지로서의 모습으로는 좀 더 유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여행객은 인천공항 도착 즉시 공항철도나 공항리무진 버스를 통해 곧장 서울로 향하기에 영종도를 여행 계획에 넣지 않는 이상 “공항이 있는 섬”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가지 않나 싶다. 이 곳에 자주 오가기 전에는 나 역시 영종도는 인천공항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서울역은 모든 해외 여행객의 첫 관문이었다.
서울역하면 우리는 노숙인이나 오래된 주택들부터 떠오른다. 그다지 친숙한 이미지는 아니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에게는 그 위상이 달랐다. 서울역에 위치한 롯데마트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일상 용품이 일부 빠지고 여행객들을 위한 물품이나 외지인들에게 특화된 식음료들이 꽤 배치되어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쇼핑하는 절반 이상이 모두 외국인들이었다. 한국인일 것 같은데 일어를 하고 중국어를 하고 그런 느낌이다. 서울역으로 해외 여행객들이 몰리는 것은 교통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서울의 모든 관광 코스는 서울역 일대에서 거미줄처럼 교통망이 퍼져있다.
서울역 못지 않게 홍대입구역 일대도 해외여행객들의 주된 거점으로 이용되는데 이 역시 공항철도와 공항버스의 역할이 컸다. 이 곳은 이미 외국인들에게 포화된 상태로 에어**비는 그야말로 레드오션 그 차제다. 합법과 불법을 떠나 할 수 있으면 무조건 운영하는 모습들 때문에 홍대 일대는 관광경찰이라고 하는 단속반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래서 나는 접근 조차 할 수 없는 구룡성채 같은 곳이다.
그 들은 서울에서만 놀지 않는다.
서울은 작은 도시이다. 때문에 서울 주요 관광지는 맘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이틀에 일정을 끝내버릴 수도 있다. 잠실 롯데월드&롯데타워를 시작으로 강남/청담/압구정, 광화문, 광장시장, 한강공원, 남산N타워 정도 떠오른다. 평소에도 난 궁금했다. 여행객들이 서울에 오면 뭘 보러 다닐까? 코스는 뻔했지만 청소 도중 의외의 입장권 영수증이 보였다. 파주 임진각, 허브아일랜드, 남이섬, 쁘띠프랑스.. 심지어 강원도 강릉까지.. 게다가 부산을 찍고 돌아오는 분도 있었다!
보통 이 곳에 오면 1주에서 길게는 3주 가량을 묵는다. 아마도 서울에서는 1주일 내 볼 것은 다 봤을 것이고 좀 더 거리가 있는 곳까지 계획을 짰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시외로 넘어가는 것은 생각 밖이었다. 각 국 매체에서 그 만큼 한국 여행에 관해 소개하는 장소가 많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들은 서울 숙소 일정을 마친뒤에 다음 행선지로 귀국이 아닌 제주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도 역시 생각조차 못했다. 온김에 제주까지 가는 것이다. 처음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가?를 설명하자면 아래 다른 글 토막으로 이어나가야겠다. 나라도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을 가는 김에 제주도까지 찍을 것 같다. 이 생각을 못했다. 이런걸 두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 것일까.
우리가 몰랐던 글로벌 배달의 세계
바로 윗 글에서 제주도로 행선지를 택한 것을 알게 된 에피소드를 정리해본다. 한 해외 여행객이 한국에서 배달을 시키고 싶은데 전화번호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온다. 난 의아했다. 본인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그래도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여행객에게 어떤 플랫폼으로 배달을 시키려고 하는지를 물었고 그의 대답은 “G마켓”이라고 했다. 읭?
확인해보니 G마켓에는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가 연계되어 있었고 G마켓은 과거 eBay의 서비스였기에 해외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을 했던 것이다. 다만 배달은 국내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SMS 인증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내 번호를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배달비는 현장에서 현금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 뒤로 엄청나게 배달을 시키더라.. 배달 주문을 하면 내 휴대전화의 SMS로 배달 주문 접수 알림이 오게 되는 것이다.
내 숙소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그 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다음 날 제주도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배달직원: “배달 왔습니다.”
나: “네? 여긴 서울이고 배달 시킨게 없는데..”
배달직원: “여기 애월읍 OO OOO”으로 배달 주문이 들어와서 왔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어제 체크아웃한 그 분이 배달 앱에서 내 번호를 초기화 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배달을 시킨 것 같았다. 바로 메시지를 보냈고 제주도에서 배달을 시킨 것이 확인되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제주도 배달을 무사히 받게 되었다. 그리고 번호는 초기화시켜 해프닝은 마무리가 되었다.
방명록으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영종도에는 해외 여행객보다는 내국인들이 자주 이용했다. 소소하게나마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게 수첩과 펜을 제공했고 첫 장에 방명록 가이드라인을 적어두었다. 그렇게 이용객들이 방명록을 정성스럽게 적어주었고 나는 청소를 하러 들어갈때마다 방명록에 적어준 내용이 없는지 항상 확인한다. 그런데 놀라운 내용이 여러 번 적혀있었다.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요”, “신혼 집 생기면 이렇게 꾸미고 싶어요”, “왜 우린 이렇게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을까.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요.”
내 기준에서는 꾸민거라곤 조명등과 빔프로젝터 그리고 소품 몇개 정도였다. 항상 아쉬움에 차있었는데 저런 내용의 방명록을 보고 나니 이게 우리 주거 환경의 현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괜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린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을 원하고 그것을 카페와 같은 곳이 해소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번 우리 나라의 획일화 된 주거 환경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글을 보면 소위 말하는 개발자스럽지 않다거나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 목표는 언제나 “실력이 쩌는 메이저 1군 개발자”가 아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문제를 찾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도구(개발)을 통해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단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도 아이디어를 뽑는다면 몇 개는 나올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일상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내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이 습관을 넘어 평상 시 모든 것을 보는 관점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는 할 것도 많고 재밌는게 너무 많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적이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