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을 지었던 경험과 스타트업의 공통점
이 글은 집을 짓고난 직후부터 글로 정리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쓰게 된다. 요즘 스타트업 씬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의 글을 접하는 횟수가 늘어나다보니 생각났을때 써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규모 건축주, Seed-시리즈 A 스타트업 Founder는 자금의 여유가 있지 않다.
내가 모든 것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Seed-시리즈 A”라고 조건을 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 이 단계까지 오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결과물 또는 제품을 가지고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는 경험이다. 자본이 여유롭다면 애초에 이 사이즈로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진 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본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둘은 도움을 받기 위한 자금처의 결이 다를 뿐이다. 이 과정을 한 번 거치면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도가 트게 된다. 동시에 이래도 되나?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마이너스통장을 시작으로 토지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PF 대출 그리고 사이사이에 자금 줄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들이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오늘 새벽잠에 깨서 인프런을 서비스하고 있는 인프랩의 이형주 대표가 쓴 재무적 Log 시리즈에서 겪으신 우여곡절의 순간이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글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성취감이 들거나 뭔가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남기셨다. 이것 또한 공감되는 부분이다.
이제 순항하는 돛단배를 하나 띄운 것 뿐이다.
이 문단에서는 “성취감이 들거나 뭔가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에 대한 풀이가 될 것 같다. 이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이제 끝난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현재 결과물에 대한 과정을 듣고 싶어하고 검증되지 않음에서 검증됨으로 인식의 변화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결과를 내기 위해 자본이 들어갔고 그 자본은 레버리지였다. 나의 관점에서는 레버리지를 안정화 시키거나 Exit해야 이 여정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수익 구조에 대해서 쉬지 않고 연구하는 것이다. 취미로 회사를 다닌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한 두번 듣고보면 아직 이런 인식이 부족한 분들이 많구나를 느끼면서 “아~ 그런거 아니에요~”식으로 웃어 넘긴다.
시작부터 끝까지 투자를 받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
처음에 나도 이런 인식이 부족한 시절에는 PF 대출을 일으킬때 은행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오라고 요청한다. 이것은 스타트업에서 IR 자료를 작성해오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난 내 집을 짓는데 사업계획서라니? 이해하지 못했다. 은행은 집 짓는 것을 사업으로 인식하는구나 생각하며 “참 냉정한 곳이다.”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대출”을 받는 것이지만 은행의 관점에서는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만큼 투자를 할건데 수익은 얼마나 낼 수 있어?를 사업계획서를 기반으로 표현해야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난 대출에 대해서 반대 관점에서는 투자라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PF는 당장의 담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미래에 대해 어떻게 운용하고 Exit할지 금융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현재 과정을 끝내면 다음 스테이지로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글에 내용에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글에서 이해를 쉽게 시키기 위해 “집 짓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내가 해온 과정은 부동산 개발에서 “시행” 분야를 경험한 것이다. 시행이란 부동산(토지, 건물) 매입부터 건물 준공까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조달이나 행정적 업무를 뜻한다. 스타트업을 하나의 건물로 생각한다면 창립자의 역할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럼 현재 상태에서 모든 것을 Exit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문단 초입에 표현한대로 한번 해본 사람은 없다. 그 다음 스테이지를 향해 또 다른 챌린지를 할 것이다. 겪은 과정에서 실패를 했던 부분, 아쉬운 부분을 모두 경험을 했기에 다음 도전에서 만회 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확신과 자신감이 없다면 성공과 실패 유무를 떠나 경험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다.
마치며..
오늘 새벽에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 끝내 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누군가의 경험을 공유하는 글을 보게 되었고 자극을 받아 이 글을 일기처럼 작성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것의 트리거가 모기가 될 줄은 몰랐고 의미있는 아침이 된 것 같다. 해가 서서히 올라와 이제 날이 밝아졌는데 슬슬 씻고 출근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