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9년 운영하며 간단한 회고와 현재의 아쉬움
이제 내년이면 이 블로그도 10주년을 맞이한다. 2014년 가상 호스팅과 워드프레스라는 녀석에 관심이 생겨서 시작된 것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 국내 가상 호스팅 서비스 중 카페24, php 스쿨 호스팅 정도로 국내 가상 호스팅의 현실을 느껴보고 당시에도 AWS와 비교했을때 한참 뒤쳐진다고 판단하고 바로 AWS로 넘어갔다.
그 당시 AWS에 서울 리전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리전은 도쿄 리전이었고 응답 레이턴시가 답답한 감은 있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놀라울 정도로 자동화가 잘 되어있어서 기본적인 서버 세팅 정도는 몇 번의 클릭질로 끝낼 수 있었다. 또한 DNS 세팅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Route53 서비스에서 기존에는 느끼지 못했던 DNS 전파 속도.. 기존 국내 업체들 2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5분 후에 전파가 끝나 곧바로 도메인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워드프레스도 한참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었지만 책들을 보면 내용의 깊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두 기본 설치나 기능 설명 뿐 워드프레스가 가진 확장성이나 활용에 대한 사례는 당시 책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AWS EC2에 올려서 까보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PHP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APM(Apache + PHP + MySQL)을 하나씩 곱씹어보게 되었고.. 이때 또 Nginx가 Apache의 httpd를 대적할 수 있다는 자료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 이른 것이었을까.. Nginx의 실사용 사례는 정적 리소스의 캐싱, 프록시 서버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챌린지를 해본 것이 기존 워드프레스가 돌아가는 httpd를 순수하기 Nginx로 돌려보자라고 생각했고 그게 아마 2015년 즈음이었을 것 같다. Nginx + phpfpm 조합으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잘하게 문제는 있었지만 해결해가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어느날 AWS에 서울 리전이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나는 주저없이 도쿄 리전에 세팅된 환경을 모두 서울 리전으로 옮길 계획을 했다. 이로 인해 변경될 엔드포인트, 볼륨 스냅샷, MySQL 마이그레이션(RDS 사용하지 않고 EC2에 직접 올려 사용했음)까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전이 완료 될 수 있었다. 서버 응답 속도는 만족스러울 만큼 개선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이 블로그 초기 2014년 ~ 2016년 사이에 걸친 히스토리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다보니 중간중간 구글 애드센스도 붙여서 서버 비용도 충당해보고 이런저런 새로운 서비스도 생각해보면서 만들었다 내리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저 당시와 지금 현재를 비교해보면 개발자들 사이에서 블로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인식되고 있는 블로그의 모습들이 조금은 이상하게 비춰지고 있는 듯하다.
기록을 위한 블로그에서 평가 받기 위한 블로그로의 변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최근 많은 개발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해보면서 느낀 점은 누가 공식을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블로그 + Github 계정을 열이면 아홉이 기재를 해놓는다. 그것까지는 대세가 그러하니 이해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블로그의 내용이 마치 억지로 일기를 쓰듯 내용만 채워넣는 듯한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된다. 누구를 위한 블로그인가.. 마치 “나는 이런 이런 것을 공부했어요.”를 증명해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다. 이로 인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표출하면서 고민을 정리하는 기술 블로그가 되려 상대적으로 눈에 많이 띄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블로그는 내용을 단 몇 줄을 읽어도 다른 단순 기록의 블로그와는 컨텐츠가 다름을 느끼고 포스팅 하나 하나 둘러보게 되기 마련이다.
요즘은 너무 평가라는 것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교육은 이미 말할 것도 없고 취업과 채용 시장은 점점 더 평가의 기준이 날카로워지고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장사를 하더라도 플랫폼 시장에 참여하면서 리뷰 평가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고.. 뭔가 평점 노예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들이 정량화되고 고도화 될 수록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개성을 잃고 모두가 똑같아 지는 것이 아닐까?
현재 많은 개발자들의 블로그에서 내가 그것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