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지르다.

브롬톤 지르다.

얼마 전 일본 사가현 – 내 자전거로 여행하기 포스트에서 “다음에는 폴딩 자전거를 가져가거나 현지 대여자전거를 이용할 것 같다.” 라고 마음먹은 뒤 며칠이 지나 폴딩 자전거를 폭풍 검색하게 되었다. (지름신이 온 것)

폴딩 바이크를 고르는 몇가지 기준을 정해서 알아보았다.

1. 사용하는 부속들의 품질이 충분히 검증되었는가?
내가 처음 폴딩 자전거를 접해본 것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이었으니 대략 2010~2011년 즈음이었던것 같다. 한창 미니벨로 유행을 탔던 시기였다. 이때 30만원 중반대의 폴딩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때 왜 폴딩 미니벨로를 샀는지 이유를 되짚어보면 달리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것 같다. 모양새가 예뻤고 접히는게 신기했고 그 와중에 적당한 가격의 자전거를 발견했던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자전거의 고질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체인이탈 문제였다. 변속이 아닌 페달을 굴리는 중에 예고없이 풀리는 체인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체인이탈 방지를 위한 체인가드의 존재 여부도 모르던 때 가까운 자전거샵에 매장에 가보니 구조상 어쩔 수 없으니 조심히 타라는 말 뿐이었다. 그러던 중 약간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페달을 밟자마자 체인이 풀렸고 중심을 잃어 크게 다칠뻔한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크게 낙차한 것치고는 몇군데 찰과상만 있었다.) 그 뒤로 다음 자전거를 고르는 기준에서는 부품 조합의 안정성이나 결함 유무를 우선 알아보곤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쓴 맛을 본 뒤 가장 우선시 보는 기준이 되었다.

2. 컴팩트하게 접히는가?
폴딩 방식이 아주 다양했다. 반접이방식, 스윙방식 등등.. 반접이 방식은 프레임 중간에 경첩이 달려있어 프레임을 반으로 포개는 방식이고 보편적으로 접이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방식이었다. 스윙방식은 뒷바퀴가 있는 프레임을 나누어 페달 축에서 회전하듯 오므라들듯 접히는 방식이다. 브롬톤이 이 방식이고 최근 다양한 제조사들이 같은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반접이식은 부피가 생각보다 작지 않고 접었을때 대체로 깔끔하지가 않다. 하지만 접는 방법이 간편하다. 스윙방식은 반접이식보다는 구조상 작게 접힌다. 바퀴가 프레임 안쪽으로 오므라들듯 접히기 때문에 단순히 프레임을 접는 방식보다 작아진다는건 당연했다. 난 기왕 접이식을 산다면 작게 접히는 것으로 가자라고 생각했다.

3. 가격대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는가?
쓸만한 폴딩 자전거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위 1번, 2번에서 범위를 좁힌 자전거는 오리바이크, 브롬톤, 버디 3종 이었다. 그 밖에도 접이식 자전거는 많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차하면 200만원 우습게 넘어가는 가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난 타협을 하고 또 타협을 해서 오리바이크를 선택했다. 하지만.. 수입이 원할하지 않았던게 구매를 가로 막았다. 제일 저렴한 클래식 스타일(이라고 해도 120만원대 ㄷㄷ)의 C8(욕 아님)을 선택했지만 C8 모델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군도 재고가 없고 수입 계획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 재고가 남아있는 모델은 150만원 대의 입문용 로드 구동계가 달린 모델.. 이건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16인치 휠에 소라 or 티아그라 구동계는 로드도 아니고 마실용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물론 16인치 자전거 사이에서는 빠를지라도 일반적인 로드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게 미니벨로/스프린터를 타다가 로드 기변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저 무시무시한 가격의 폴딩 자전거에서 그나마 가성비를 논할 수 있는 오리바이크를 15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들인다는것은 아무리 봐도 모순이라 패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옆에 있던 브롬톤을 질렀다……………….

 

브롬톤을 지른 이유가 몇가지 있었다. 첫째는 저 오리바이크에서 10만원가량을 보태면 구입 가능한 녀석이 있었고 접힌 모습을 실물로 보고나니 눈이 돌아갔다. 사실 안사면 모든게 해결되지만 사려고 온 이상 대안이 없었다. 단, 최대한 멘탈을 절제하여 2016년 이월 상품의 짐받이가 없는 기어가 2단 뿐인 브롬톤을 선택했다. 짐받이가 없는게 아쉬웠지만 짐받이는 나중에 필요할때 달면 되기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사실 질러 놓고도 며칠 고민했었다. 예상한 지출액을 초과했기 때문에.. “일단 질렀으니 목숨걸고 벌어서 매꾸는 수밖에”라고 합리화를 시키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서 버디 이야기가 빠졌는데 브롬톤이 비싸다 비싸다 하지만 싸게 구하면 200미만으로 구입이 가능한데 반해 버디는 일단 200 깔고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패스..

그리고 브롬톤을 망설였던 또 하나의 이유.. 악세서리와 튜닝.. 일명 개미지옥.. 무시할 수 없다. 악세서리를 구입하고 부속 하나 하나 아쉬운 부분을 바꾸다보면 초기 구입비용 만큼.. 아니면 그 이상 지출이 발생하기 쉽다. 일단 기본으로 깔고 가는 브룩스 가죽 그립과 안장.. 여기서 좀더 하드코어하게 가면 프레임 빼고 다 바꾸게 되는데.. 여기서도 멘탈 부여잡고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봐야 합리적인 자전거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생각된다. 나의 자전거 생활을 위해 샀다가 자전거를 위한 삶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들여놓고 타다보니 가격만 빼면 모든 것이 생각대로 였다. 자전거로 자출을 하는 목적에서 보관의 용이성은 더할나위 없었고 미니스프린터를 타다 생활 자전거를 타니 빠른 속도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나갈 자, 지나가라. 난 내 갈길 간다.” 누군가가 날 추월해도 덤덤하다. 하지만 아주 벗어나긴 어렵기에 속도계는 달아놨다. 최소한 내가 어느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는 알고 싶기에..

마치 도심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듯 여유로운 라이딩이 가능했다. 가끔은 남들보다 빠르지 않아도, 이기지 않아도 되는, 경쟁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게 되니 매일 아침 자전거를 들고 출근길에 나서게 된다.

 

아.. 그리고 또 빼먹은 내용이 하나 있다. 브롬톤을 지른 이유 중 하나다.

“먼길 돌아가지 말고 한방에 가라.”

이 말은 내 인생 들은 최고의 명언이자 내가 지향하는 소비 패턴이다. 돌고 돌아 돌다보면 결국 끝은 선택지가 정해져있다는 진리를 여러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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