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사서 집짓기 #2편

지난 1편에 이어 2편 땅을 찾고 매입하는 과정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야 말로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했고 자칫 결과가 180도 달라졌을 수 있는 중대한 과정이었다. 우린 처음 협소주택을 목표로 평수가 작은 땅을 찾기 시작했다. 2억 선으로 구할 수 있는 땅으로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기 어려운 자투리 땅이면서 15평 이하의 평당 1000만원대의 결코 쉽지 않은 땅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에서의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어디 젋은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이상한 땅을 찾는다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은 당연했다. 우린 그때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우연히 조건에 부합하는 땅을 찾을 수 있었고 단지 문제라면 우리가 생각한 가격보다 조금 비쌌다. 우선 가계약금을 걸기로 했고 추석 연휴 전이라 추석이 지난 후인 10여일 뒤에 가계약을 하기로 했다. 10일 정도의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또한 현재 집주인에게 가격을 좀 더 내려주면 바로 가계약을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린 그 사이 재빠르게 건축설계사를 5군데 정도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했고 각 설계사에서 빠른 답신이 왔다. 메일을 보낸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는 이 땅에 집을 지으려 합니다. 아직 계약 전이지만 건축이 가능한지 검토 부탁드립니다.”
이 메일은 건축설계사에게 가설계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대게는 별도 비용 지불없이 가설계를 해준다. 몇몇 군데는 비용없이는 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가설계 결과물에는 특정한 양식이 없기에 건축설계사마다도 다르다. 결과물의 수준은 설계사의 계약 체결 의지의 수준과 비례한다.
일부 설계사는 땅을 계약 또는 소유권 이전을 받은 뒤에 연락을 달라는 내용으로 답변이 왔다. 즉, 땅부터 사놓고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다. 우선 이와 비슷한 답변을 준 설계사는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우리는 건축이 가능한 땅인지 아닌지를 묻는 내용에 무턱대고 땅부터 사라는 얘기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답변을 준 설계사는 3군데 정도였고 그 중 한 곳은 도면이 아닌 3D 렌더링 작업까지 하면서 가설계 이상의 결과물을 전달해주었다. 우린 이 3곳의 설계사를 직접 미팅 자리를 만들어 실제 만나보기로 했고 우리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잘 될 만한 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우리가 만나본 설계사는 총 3가지 타입이었다.

1. 경험이 많고 설계, 건축비용에 대해 솔직했고 클라이언트의 비용에 맞게 원가를 맞춤
2. 경험은 적지만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건축에 대한 실험적 도전 지향
3. 경험이 많고 설계의 경계를 넘어 외적인 부분까지 제안

1, 3번의 경우 경험이 많은 설계사였고 이들은 어느 정도 그들만의 스타일이 잡혀있었다. 특히 1번의 경우 깜짝 놀랄만큼 시공 비용이 높아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번에서 언급한 비용이 들었다. 경험에 의한 예상 비용이 설계사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 3번은 땅이 별로이니 다른 땅을 봐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단, 이 자리에서 계약을 하는 조건이었고 계약을 하기 위해 미팅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거절 했다. 2번은 경험이 1, 3번에 비해 적은 설립한지 얼마되지 않은 설계사였지만 열정만큼은 가장 눈에 띄었다. 연령대도 우리와 비슷해 말을 나누기 가장 편했다. 우린 그 당시 2번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1번부터 3번까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좋은 설계사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설계사마다의 색깔차이는 분명했다.
그리고 가설계 이후 15평 남짓한 대지에 올려질 건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보고난 뒤 느껴진 생각은 “못 살것 같다”였다. 여느 협소주택과 마찬가지로 스킵플로어 방식에 층마다 공간이 하나씩 배치된 형식이었다. 즉, 침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아이방으로 가려면 무조건 내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괜찮아, 살다보면 적응될거야”라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았다. 마침 가계약하기로 했던 집은 가격을 단 1원도 내려줄 수 없다는 피드백과 함께 마침 잘됐다하고 가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었다.
설계사가 여태 작업해주었던 부분도 수포로 돌아가 양해를 구했다. 아직 우린 설계사와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흔쾌히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우린 땅을 다시 찾아야하고 그 시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계약이 성사되면 설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 부분도 설계사는 동의해주었고 당시 이 부분에 우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우린 땅을 계속 찾아다녔다. 구로구, 영등포구, 중랑구, 은평구.. 지도, 부동산 앱을 켜놓고 주변 부동산 연락처를 모아 전화를 돌려 매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근처 부동산에 계속 전화를 돌려서 그런지 부동산에서는 혹시 건축업자냐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였다. 우린 이전과 다르게 조금 더 넓은 30평대 대지를 구하기 시작했다. 30평대에 평당 1000만원, 맹지(도로가 없는 땅)가 아닌 부지를 찾았다. 처음보다는 조건이 명확했다. 찾은 땅은 아래와 같았다.

1. 영등포구 : 32평, 평당 1300만원, 건축물 미등기 상태이며 세입자가 살고 있음.
2. 구로구 : 33평, 평당 1100만원, 등기부, 건축대장 확인 결과 대지 소유자와 건축물 소유자가 달랐고 등기상 옆건물과 하나로 붙어있는 연립(다세대)로 되어있어 주소 분리가 필요했음.
3. 중랑구 : 31평, 1000만원, 등기, 건축대장 상 문제 없었으나 경사가 심해 자동차나 통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
4. 은평구 : 32평, 1000만원, 등기, 건축대장 상 문제 없었으나 세입자 거주중

조건들이 모두 다양했다.
1번의 경우는 구시가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케이스다. 1960 ~ 1970년도 사이에 지어진 집들은 이렇듯 등기 자체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1번은 특히 세입자가 거주중이어서 퇴거시키기 부담이 존재한다.
2번의 경우도 오래된 집에서 볼 수 있는 케이스고 과거에는 연립주택의 방식이 위로 쌓아올린 형태가 아닌 옆으로 붙은 건물의 형태였다. 과거에는 하나의 필지였지만 필지가 분할되면서 대지는 분할이 되었지만 행정상의 착오로 인해 건물은 분할되지 않는 경우였다. 이럴때는 건물 소유주(당시 옆집 주인)의 동의를 구해 주소 분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옆집 주인은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본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있지 않은데다 자신의 재산에 영향이 가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민사소송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했다.
3번의 경우는 우리가 마음을 먹었다면 바로 매입이 가능했던 대지였다. 기존 집주인도 적극적으로 매도할 의향이 있었고 우리는 결정만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높은 경사지에 아이의 학교를 가기위한 경로가 큰 대로를 2번 건너야하는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다른 매입자에게 양보하게 되었다. (이 곳은 현재 다른 분이 매입하여 멋진 집을 지으셨다.)
결국 마지막 찾게 된 4번 은평구 대지. 거의 포기 상태였지만 혜성같이 부동산 앱에 나타났고 와이프는 발빠르게 나를 끌고 등록한 부동산을 찾아갔다. 현재 집주인분도 3번처럼 매도할 의지가 강했고 이슈였던 세입자 역시 잔금을 치기 전까지 본인이 퇴거시킨다는 조건에 수락해주셨다.
이 과정에서 2번 구로구 대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설계사 역시 이 곳이 결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설계를 꽤 많이 진행했었다. 하지만 매도인이 팔지 말지를 끝까지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건축물과 대지의 소유자가 다른것을 눈치 챈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 질의를 하자 무언가를 들켰다는 듯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지와 건축물의 등기상 정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대지를 매입하더라도 대지 위해 놓여진 건물은 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골조를 수정하지 않는 리모델링만 가능할 뿐 대수선이라 신축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리모델링을 하고 살더라도 언제 어떻게 건물에서 퇴거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암묵적으로 지상권이 걸려있는 경우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건물 소유자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해야만 건축 행위가 가능해진다.
여기까지는 땅을 매입하면서 생긴 이슈에 대한 정리이다. 반드시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으려는 경우에는 설계사의 법리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내가 봤을때 건물을 지을 수 있겠다 싶더라도 어떤 변수로 인해 불가할 수도 있고 생각한대로 지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스쳐지나간 다른 건축주들도 법리검토 없이 땅을 매입했다가 건물을 짓지도 고쳐서 살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 안타깝게 폐가로 전락하거나 임대를 내놓거나 재매도를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했다.

다음 편은 매입할 땅에 대해 자본을 조달했던 방법을 정리해보겠다.

Published by Hyu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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