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사서 집짓기 #3편

3편은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 해보려했으나 수시로 바뀌는 정책의 변화에 혹여 잘못된 정보가 전달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남겨둔채 2편 포스팅 후 1년이 넘어서야 3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당시 2018년도 기준으로 현재인 2021년과는 괴리가 있으니 숫자와 수치는 현재 기준과 맞지 않으니 참고바랍니다.

자금 조달의 가장 베스트는 뻔하지만 부모 찬스입니다. 물론 부모 찬스였다면 이 글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건축 행위에 있어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뱃속에 아기에게 영양분을 쉬지 않고 공급해주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준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계획하고 시작할 당시엔 자금 계획대로 흘러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추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문에 공사는 가능한 짧은 기간에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앞당길 경우 하자와 부실이 생기기 때문에 시공 견적 상 기간에 맞춰진다면 정말 베스트이고 통상 예상 공시 기간보다 1~2개월 변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자금 계획은 계획일 뿐 최대한 보수적으로 버퍼를 염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저의 경우 자금 조달은 정책 대출과 2금융권 대출, P2P대출을 조합하여 진행했습니다. 물론 저 많은 종류의 대출을 모두 일으켜 한꺼번에 집행한 것이 아니라 과정마다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이 있어 성격에 맞게 갈아타기를 한 것입니다.

우선 건축을 위한 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구옥 주택을 매입합니다. 이때 이용한 대출은 정책 대출 입니다. 정책 대출이란 주택 구입 시 정부에서 보증하는 대출 상품으로 디딤돌, 보금자리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당시 보금자리론을 이용했고 최초로 주택을 매입하게되면 금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70%, 주택은 65%의 감정가 대비 한도가 가능했고 일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한도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택은 아파트처럼 KB시세와 같은 감정가 지표가 없기 때문에 대출 심사과정에서 감정을 진행합니다. 때문에 감정가와 대출 한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 건축을 위해 구옥을 허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 문제가 있습니다. 직전에 받은 대출은 보금자리론이고 이 대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대지+건물이 함께 담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건물을 허물 수 없습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통보 없이 철거하게 되면 대출금의 일시반환 요구가 오게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토지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때 순서는 구옥 건물에 대해 멸실 신청을 하여 접수 확인 서류를 받아 토지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토지담보대출을 진행합니다. 이때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 중인 금융기관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멸실 신청 일자에 건축물 멸실(철거)과 토지담보대출 실행,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주택담보 해제, 토지담보 설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두 금융기관과 건축주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야가야 할 점은 무조건 대출이라고 내 자본 한 푼 없이 진행 할 순 없습니다. 일정의 자기자본금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자기자본금이란 금융권에서는 에쿼티라 불리며 전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에 내가 순수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금액 비율을 말합니다. 통상 건축을 위한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최소 20%이상의 에쿼티를 요구합니다. 즉, 대출을 신청하고 20%의 에쿼티 금액을 증빙해야 합니다. 보통 통장 내역으로 증빙을 합니다.

이제 건물을 멸실(철거)하고 대지만 남은 상태입니다. 여기서 잠깐 체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상 건물이 멸실처리 되었다하더라도 건축물대장에서 멸실 처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서류상 하나의 대지에 건물이 2개가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려 향후 준공을 위한 보존등기 신청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상이 없다면 이제 건축자금대출(PF)를 일으켜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PF대출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줄임말이며 건물의 향후 가치를 예측하여 그 기준으로 대출금이 집행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향후 가치를 예측”이라는 부분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 중 주변 악재로 가치가 하락하거나 사고로 공사가 중단되어 기간이 늘어나 자금 여력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변수를 안고 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PF대출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고 취급을 하지 않으려는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공사를 하는 근처 은행을 찾아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주변 부동산의 시세나 가치는 주변 은행에서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건축자금대출(PF)은 오직 건축을 위해 투입되는 목적으로 사용되야하기 때문에 기성고에 따라 집행이 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10억의 PF대출이 승인되었다하더라도 한번에 10억이 실행되는 것이 아닌 시공 공정에 따라 기초공사 -> 골조공사 -> 마감공사 등 단계에 진입할때마다 쪼개어 일부가 집행됩니다.

제 경우 기성 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아주지 않아 P2P PF대출을 이용했습니다. 기성 은행에서 PF대출 승인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업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건 사업이 아니고 제가 살려고 하는 겁니다.”라는 무지한 발언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사업성이란 간단히 말해 준공 후 대출 실행금을 온전히 상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입니다. 완공 후 분양이나 임대를 하지 않으면 부채는 그대로 떠안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타 금융기관에 대환을 통해 상환해야 합니다. 제 경우 임대 세대가 있으나 1세대 뿐이고 대부분의 면적을 분양이나 임대 없이 사용하는게 그들에게는 사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은 P2P에서 취급하는 PF대출이었습니다. 특성 상 대출이 실행되면 이자와 플랫폼 수수료를 선취하여 예치금에 키핑을 합니다. 키핑된 금액은 수수료와 매달 이자 상환시 자동으로 출금하여 이자를 납입합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매달 이자 납부에 신경을 쓰지 않아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신청한 대출금의 수수료와 이자 만큼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결국 그로 인해 비는 금액은 추가로 자금을 수혈해야 합니다. 설정된 대출 기간보다 완공일이 빠르다면 선취한 이자 차액은 돌려받습니다.

준공이 무사히 되었다면 건축자금대출(PF)을 상환해야 합니다. 보통 엑싯(Exit)한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대환, 임대, 분양, 매각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 대환으로 모든 상환이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임대를 통한 임차보증금으로 상환 또는 분양이나 매각을 통한 상환을 해야 합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임대, 분양에 집중을 하겠지만 직접 주거 목적을 둔다면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로의 대환을 통해 해결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일부 공간을 임대하는 방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중공 후 대환, 임대, 분양등의 출구 전략이 중요합니다. 저 방법들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건축자금대출(PF)의 연체로 이어지고 경매를 통한 매각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준공이 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번 3편에 소개된 이 과정들이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금융은 내가 원하는대로 설계를 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끊기지 않도록 퇴직금까지 끌어다 마련하는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으로 순간순간 변칙적인 상황을 잘 헤쳐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건축 과정은 다사다난 했지만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에너지를 잃지 않고 준공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것 같습니다. 금융 조달의 과정은 매년 짧게는 매달 금융권의 조건과 상황이 다르게 적용되어 고정된 메뉴얼이 없습니다.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이지만 항상 어딘가에 답은 있었기에 가능했고 답을 찾는 것은 본인의 몫이었습니다.

다음 편은 준공 직후 발생했던 이슈들과 대응했던 사례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서울 땅사서 집짓기 #2편

지난 1편에 이어 2편 땅을 찾고 매입하는 과정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야 말로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했고 자칫 결과가 180도 달라졌을 수 있는 중대한 과정이었다. 우린 처음 협소주택을 목표로 평수가 작은 땅을 찾기 시작했다. 2억 선으로 구할 수 있는 땅으로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기 어려운 자투리 땅이면서 15평 이하의 평당 1000만원대의 결코 쉽지 않은 땅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에서의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어디 젋은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이상한 땅을 찾는다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은 당연했다. 우린 그때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우연히 조건에 부합하는 땅을 찾을 수 있었고 단지 문제라면 우리가 생각한 가격보다 조금 비쌌다. 우선 가계약금을 걸기로 했고 추석 연휴 전이라 추석이 지난 후인 10여일 뒤에 가계약을 하기로 했다. 10일 정도의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또한 현재 집주인에게 가격을 좀 더 내려주면 바로 가계약을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린 그 사이 재빠르게 건축설계사를 5군데 정도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했고 각 설계사에서 빠른 답신이 왔다. 메일을 보낸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는 이 땅에 집을 지으려 합니다. 아직 계약 전이지만 건축이 가능한지 검토 부탁드립니다.”
이 메일은 건축설계사에게 가설계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대게는 별도 비용 지불없이 가설계를 해준다. 몇몇 군데는 비용없이는 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가설계 결과물에는 특정한 양식이 없기에 건축설계사마다도 다르다. 결과물의 수준은 설계사의 계약 체결 의지의 수준과 비례한다.
일부 설계사는 땅을 계약 또는 소유권 이전을 받은 뒤에 연락을 달라는 내용으로 답변이 왔다. 즉, 땅부터 사놓고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다. 우선 이와 비슷한 답변을 준 설계사는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우리는 건축이 가능한 땅인지 아닌지를 묻는 내용에 무턱대고 땅부터 사라는 얘기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답변을 준 설계사는 3군데 정도였고 그 중 한 곳은 도면이 아닌 3D 렌더링 작업까지 하면서 가설계 이상의 결과물을 전달해주었다. 우린 이 3곳의 설계사를 직접 미팅 자리를 만들어 실제 만나보기로 했고 우리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잘 될 만한 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우리가 만나본 설계사는 총 3가지 타입이었다.

1. 경험이 많고 설계, 건축비용에 대해 솔직했고 클라이언트의 비용에 맞게 원가를 맞춤
2. 경험은 적지만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건축에 대한 실험적 도전 지향
3. 경험이 많고 설계의 경계를 넘어 외적인 부분까지 제안

1, 3번의 경우 경험이 많은 설계사였고 이들은 어느 정도 그들만의 스타일이 잡혀있었다. 특히 1번의 경우 깜짝 놀랄만큼 시공 비용이 높아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번에서 언급한 비용이 들었다. 경험에 의한 예상 비용이 설계사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 3번은 땅이 별로이니 다른 땅을 봐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단, 이 자리에서 계약을 하는 조건이었고 계약을 하기 위해 미팅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거절 했다. 2번은 경험이 1, 3번에 비해 적은 설립한지 얼마되지 않은 설계사였지만 열정만큼은 가장 눈에 띄었다. 연령대도 우리와 비슷해 말을 나누기 가장 편했다. 우린 그 당시 2번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1번부터 3번까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좋은 설계사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설계사마다의 색깔차이는 분명했다.
그리고 가설계 이후 15평 남짓한 대지에 올려질 건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보고난 뒤 느껴진 생각은 “못 살것 같다”였다. 여느 협소주택과 마찬가지로 스킵플로어 방식에 층마다 공간이 하나씩 배치된 형식이었다. 즉, 침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아이방으로 가려면 무조건 내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괜찮아, 살다보면 적응될거야”라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았다. 마침 가계약하기로 했던 집은 가격을 단 1원도 내려줄 수 없다는 피드백과 함께 마침 잘됐다하고 가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었다.
설계사가 여태 작업해주었던 부분도 수포로 돌아가 양해를 구했다. 아직 우린 설계사와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흔쾌히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우린 땅을 다시 찾아야하고 그 시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계약이 성사되면 설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 부분도 설계사는 동의해주었고 당시 이 부분에 우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우린 땅을 계속 찾아다녔다. 구로구, 영등포구, 중랑구, 은평구.. 지도, 부동산 앱을 켜놓고 주변 부동산 연락처를 모아 전화를 돌려 매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근처 부동산에 계속 전화를 돌려서 그런지 부동산에서는 혹시 건축업자냐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였다. 우린 이전과 다르게 조금 더 넓은 30평대 대지를 구하기 시작했다. 30평대에 평당 1000만원, 맹지(도로가 없는 땅)가 아닌 부지를 찾았다. 처음보다는 조건이 명확했다. 찾은 땅은 아래와 같았다.

1. 영등포구 : 32평, 평당 1300만원, 건축물 미등기 상태이며 세입자가 살고 있음.
2. 구로구 : 33평, 평당 1100만원, 등기부, 건축대장 확인 결과 대지 소유자와 건축물 소유자가 달랐고 등기상 옆건물과 하나로 붙어있는 연립(다세대)로 되어있어 주소 분리가 필요했음.
3. 중랑구 : 31평, 1000만원, 등기, 건축대장 상 문제 없었으나 경사가 심해 자동차나 통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
4. 은평구 : 32평, 1000만원, 등기, 건축대장 상 문제 없었으나 세입자 거주중

조건들이 모두 다양했다.
1번의 경우는 구시가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케이스다. 1960 ~ 1970년도 사이에 지어진 집들은 이렇듯 등기 자체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1번은 특히 세입자가 거주중이어서 퇴거시키기 부담이 존재한다.
2번의 경우도 오래된 집에서 볼 수 있는 케이스고 과거에는 연립주택의 방식이 위로 쌓아올린 형태가 아닌 옆으로 붙은 건물의 형태였다. 과거에는 하나의 필지였지만 필지가 분할되면서 대지는 분할이 되었지만 행정상의 착오로 인해 건물은 분할되지 않는 경우였다. 이럴때는 건물 소유주(당시 옆집 주인)의 동의를 구해 주소 분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옆집 주인은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본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있지 않은데다 자신의 재산에 영향이 가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민사소송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했다.
3번의 경우는 우리가 마음을 먹었다면 바로 매입이 가능했던 대지였다. 기존 집주인도 적극적으로 매도할 의향이 있었고 우리는 결정만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높은 경사지에 아이의 학교를 가기위한 경로가 큰 대로를 2번 건너야하는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다른 매입자에게 양보하게 되었다. (이 곳은 현재 다른 분이 매입하여 멋진 집을 지으셨다.)
결국 마지막 찾게 된 4번 은평구 대지. 거의 포기 상태였지만 혜성같이 부동산 앱에 나타났고 와이프는 발빠르게 나를 끌고 등록한 부동산을 찾아갔다. 현재 집주인분도 3번처럼 매도할 의지가 강했고 이슈였던 세입자 역시 잔금을 치기 전까지 본인이 퇴거시킨다는 조건에 수락해주셨다.
이 과정에서 2번 구로구 대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설계사 역시 이 곳이 결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설계를 꽤 많이 진행했었다. 하지만 매도인이 팔지 말지를 끝까지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건축물과 대지의 소유자가 다른것을 눈치 챈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 질의를 하자 무언가를 들켰다는 듯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지와 건축물의 등기상 정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대지를 매입하더라도 대지 위해 놓여진 건물은 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골조를 수정하지 않는 리모델링만 가능할 뿐 대수선이라 신축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리모델링을 하고 살더라도 언제 어떻게 건물에서 퇴거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암묵적으로 지상권이 걸려있는 경우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건물 소유자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해야만 건축 행위가 가능해진다.
여기까지는 땅을 매입하면서 생긴 이슈에 대한 정리이다. 반드시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으려는 경우에는 설계사의 법리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내가 봤을때 건물을 지을 수 있겠다 싶더라도 어떤 변수로 인해 불가할 수도 있고 생각한대로 지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스쳐지나간 다른 건축주들도 법리검토 없이 땅을 매입했다가 건물을 짓지도 고쳐서 살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 안타깝게 폐가로 전락하거나 임대를 내놓거나 재매도를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했다.

다음 편은 매입할 땅에 대해 자본을 조달했던 방법을 정리해보겠다.

서울 땅사서 집짓기 #1편 시작

대략 2년 전부터 시작되어 얼마 전 마무리 된 “서울 땅 사서 집 짓기” 프로젝트를 회고하고자 글을 쓴다.

다행히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기에 남기는 글이고 주변에서 누구에게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섣불리 건축기를 작성할 수 없었다. 건축에 ‘건’자도 모르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바로 다음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함 속에서 시작한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먼저 왜 이런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본다. 사실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상대적으로 그 시기가 빠르게 다가 온 것이었다. 연애 – 결혼 – 출산 – 육아를 현 시대의 보편적인 타이밍보다 10년 정도 일찍 경험하게 되었고 40대가 접어들어 하게 될 고민을 우리는 30대 초반부터 하게 된 것이다.

시기가 빨랐던 것에 대한 사연은 이렇다. 20대 초반부터 일을 시작했고 운이 좋게 산업기능요원을 통해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일찍이 육아를 시작했다. 어려운 나날의 연속 이었지만 이 과정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지금 내 또래에 할 고민은 모두 마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집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대에 생겨났던 굵직굵직한 우연들이 또 다른 우연과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나중에 겪게 될 경험을 조금이라도 빨리 맞닥뜨리는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집과 주거에 대한 고민은 자녀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부터 시작된다. 우리 부부도 전세, 월세 상관없이 살아오면서 이사도 몇 번씩 했다. 우리 둘만 사는 것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자녀가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이대로 계속 이사를 반복 할 수 없는 노릇. 한마디로 정착이 필요했다. 우리가 정착하는데 있어 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1. 위치는 서울 이어야 한다.
  2. 이사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집 이어야 한다.

처음은 이렇게 단순한 조건으로 시작 했다. 여기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의를 받는다. 바로 1번에 대한 이유인데 답하기 상당히 곤란하다. 이 부분은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관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하기 때문에 하나의 논리로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대한 욕망이라는 점. 이것을 부연 설명하더라도 관점의 차이로 논쟁만 커질 뿐이다.

이사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서 아파트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주택 중 상품화가 가장 체계적으로 된 주거 양식이다. 주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호재에 따라 가치가 높아지고 악재에 가치가 떨어진다. 아파트를 소유한 다수는 공동체를 형성하여 시세를 관리한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아파트는 시세와 담보가치, 권리관계가 명확하고 단순하여 사고 팔기 쉽고 데이터도 풍부하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 조건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아파트를 매매하여 거주하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팔 준비를 해야한다. 현실적으로 파는 타이밍에 따라 억단위의 차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눈 앞에서 경험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내 기준에 집은 기본적으로 안락함을 제공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부분이 안락함을 저해한다는 판단을 했다. 우리나라 주거 형태는 아파트 뿐만이 아니고 주택, 빌라도 존재하지만 말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 나중에 따로 주택, 빌라, 아파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해도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는 결정을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 않나 싶지만 결정적으로 우린 미디어를 통해 “협소주택” 건축에 대한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고민을 반복하던 중 퍼즐 하나가 맞춰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퍼즐의 수는 1,000 피스였고 이제 하나를 찾은 것에 불과했다.

아직 당시 상황에서는 언제든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멘탈을 부여잡고 끝까지 가보기로 서로 다짐했다. 돌이켜보면 멘탈이 흔들린 적이 이후에 10번은 넘게 있었고 포기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를 해야하는 상황도 여럿 발생했었다.

여러 건축기를 읽어보면 “우리가족을 위한”, “새로운 인생을 위한” 등 멋진 이유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건축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난 보면서 매번 “이 분들 돈이 많으신가보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대체 무슨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변하지 않는 한가지는 집 짓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이라는 것이다. 자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설령 내 땅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을 짓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었고 실전으로 뛰어들어 체감해봐야 알 수 있었다.

한 포스트에 정리하려고 했지만 아직 과정의 10%도 적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러 섹션으로 나누어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우리가 땅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들과 땅을 매수 했던 과정을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