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사서 집짓기 #3편

서울 땅사서 집짓기 #3편

3편은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 해보려했으나 수시로 바뀌는 정책의 변화에 혹여 잘못된 정보가 전달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남겨둔채 2편 포스팅 후 1년이 넘어서야 3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당시 2018년도 기준으로 현재인 2021년과는 괴리가 있으니 숫자와 수치는 현재 기준과 맞지 않으니 참고바랍니다.

자금 조달의 가장 베스트는 뻔하지만 부모 찬스입니다. 물론 부모 찬스였다면 이 글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건축 행위에 있어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뱃속에 아기에게 영양분을 쉬지 않고 공급해주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준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계획하고 시작할 당시엔 자금 계획대로 흘러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추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문에 공사는 가능한 짧은 기간에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앞당길 경우 하자와 부실이 생기기 때문에 시공 견적 상 기간에 맞춰진다면 정말 베스트이고 통상 예상 공시 기간보다 1~2개월 변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자금 계획은 계획일 뿐 최대한 보수적으로 버퍼를 염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저의 경우 자금 조달은 정책 대출과 2금융권 대출, P2P대출을 조합하여 진행했습니다. 물론 저 많은 종류의 대출을 모두 일으켜 한꺼번에 집행한 것이 아니라 과정마다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이 있어 성격에 맞게 갈아타기를 한 것입니다.

우선 건축을 위한 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구옥 주택을 매입합니다. 이때 이용한 대출은 정책 대출 입니다. 정책 대출이란 주택 구입 시 정부에서 보증하는 대출 상품으로 디딤돌, 보금자리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당시 보금자리론을 이용했고 최초로 주택을 매입하게되면 금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70%, 주택은 65%의 감정가 대비 한도가 가능했고 일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한도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택은 아파트처럼 KB시세와 같은 감정가 지표가 없기 때문에 대출 심사과정에서 감정을 진행합니다. 때문에 감정가와 대출 한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 건축을 위해 구옥을 허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 문제가 있습니다. 직전에 받은 대출은 보금자리론이고 이 대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대지+건물이 함께 담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건물을 허물 수 없습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통보 없이 철거하게 되면 대출금의 일시반환 요구가 오게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토지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때 순서는 구옥 건물에 대해 멸실 신청을 하여 접수 확인 서류를 받아 토지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토지담보대출을 진행합니다. 이때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 중인 금융기관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멸실 신청 일자에 건축물 멸실(철거)과 토지담보대출 실행,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주택담보 해제, 토지담보 설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두 금융기관과 건축주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야가야 할 점은 무조건 대출이라고 내 자본 한 푼 없이 진행 할 순 없습니다. 일정의 자기자본금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자기자본금이란 금융권에서는 에쿼티라 불리며 전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에 내가 순수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금액 비율을 말합니다. 통상 건축을 위한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최소 20%이상의 에쿼티를 요구합니다. 즉, 대출을 신청하고 20%의 에쿼티 금액을 증빙해야 합니다. 보통 통장 내역으로 증빙을 합니다.

이제 건물을 멸실(철거)하고 대지만 남은 상태입니다. 여기서 잠깐 체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상 건물이 멸실처리 되었다하더라도 건축물대장에서 멸실 처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서류상 하나의 대지에 건물이 2개가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려 향후 준공을 위한 보존등기 신청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상이 없다면 이제 건축자금대출(PF)를 일으켜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PF대출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줄임말이며 건물의 향후 가치를 예측하여 그 기준으로 대출금이 집행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향후 가치를 예측”이라는 부분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 중 주변 악재로 가치가 하락하거나 사고로 공사가 중단되어 기간이 늘어나 자금 여력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변수를 안고 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PF대출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고 취급을 하지 않으려는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공사를 하는 근처 은행을 찾아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주변 부동산의 시세나 가치는 주변 은행에서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건축자금대출(PF)은 오직 건축을 위해 투입되는 목적으로 사용되야하기 때문에 기성고에 따라 집행이 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10억의 PF대출이 승인되었다하더라도 한번에 10억이 실행되는 것이 아닌 시공 공정에 따라 기초공사 -> 골조공사 -> 마감공사 등 단계에 진입할때마다 쪼개어 일부가 집행됩니다.

제 경우 기성 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아주지 않아 P2P PF대출을 이용했습니다. 기성 은행에서 PF대출 승인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업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건 사업이 아니고 제가 살려고 하는 겁니다.”라는 무지한 발언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사업성이란 간단히 말해 준공 후 대출 실행금을 온전히 상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입니다. 완공 후 분양이나 임대를 하지 않으면 부채는 그대로 떠안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타 금융기관에 대환을 통해 상환해야 합니다. 제 경우 임대 세대가 있으나 1세대 뿐이고 대부분의 면적을 분양이나 임대 없이 사용하는게 그들에게는 사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은 P2P에서 취급하는 PF대출이었습니다. 특성 상 대출이 실행되면 이자와 플랫폼 수수료를 선취하여 예치금에 키핑을 합니다. 키핑된 금액은 수수료와 매달 이자 상환시 자동으로 출금하여 이자를 납입합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매달 이자 납부에 신경을 쓰지 않아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신청한 대출금의 수수료와 이자 만큼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결국 그로 인해 비는 금액은 추가로 자금을 수혈해야 합니다. 설정된 대출 기간보다 완공일이 빠르다면 선취한 이자 차액은 돌려받습니다.

준공이 무사히 되었다면 건축자금대출(PF)을 상환해야 합니다. 보통 엑싯(Exit)한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대환, 임대, 분양, 매각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 대환으로 모든 상환이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임대를 통한 임차보증금으로 상환 또는 분양이나 매각을 통한 상환을 해야 합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임대, 분양에 집중을 하겠지만 직접 주거 목적을 둔다면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로의 대환을 통해 해결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일부 공간을 임대하는 방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중공 후 대환, 임대, 분양등의 출구 전략이 중요합니다. 저 방법들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건축자금대출(PF)의 연체로 이어지고 경매를 통한 매각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준공이 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번 3편에 소개된 이 과정들이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금융은 내가 원하는대로 설계를 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끊기지 않도록 퇴직금까지 끌어다 마련하는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으로 순간순간 변칙적인 상황을 잘 헤쳐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건축 과정은 다사다난 했지만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에너지를 잃지 않고 준공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것 같습니다. 금융 조달의 과정은 매년 짧게는 매달 금융권의 조건과 상황이 다르게 적용되어 고정된 메뉴얼이 없습니다.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이지만 항상 어딘가에 답은 있었기에 가능했고 답을 찾는 것은 본인의 몫이었습니다.

다음 편은 준공 직후 발생했던 이슈들과 대응했던 사례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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